한식[寒食] 날이란?
한식은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의 4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지하고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름으로 (禁烟日), 숙식(熟食), 냉절(冷節)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식날은 다른 명절과 다르게 음력이 아니며, 24 절기 중 동지로부터 105일이 되는 날로 보통 4월 5일이나 6일쯤이 됩니다. 2023년에는 4월 6일이 한식날입니다. 그러다 보니 24 절기 중 청명과 날이 자주 겹칩니다. 그래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와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나쁜 일이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늦게 일어나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식[寒食]의 유래
한식의 유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고대 원시 사회의 개화(改火) 의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입니다. 원시인들은 모든 사물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모든 생명은 오래되면 사그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갱생을 시켜줘야 하는데, 불도 마찬가지로 오래 사용한 불씨는 끄고 새로운 불을 만드는 개화 의례를 거행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한식이란 구화의 소멸과 신화의 점화까지 과도기의 시기라는 설명입니다.
또 하나의 유래는 중국 춘추시대의 '개자추'의 설화입니다. 개자추라는 인물은 춘추시절에 진나라로 망명가 있던 공자 '중이'를 위해 충성을 받쳐 중이를 진의 '문공'으로 즉위시킨 공신이었습니다. 하지만 문공은 개자추에게 아무런 벼슬을 내지 않았고, 이에 분개한 개자추는 면산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였습니다. 뒤늦게 문공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개자추에 벼슬을 내려 등용하려 했으나, 개자추는 세상으로 다시 나오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진 문공은 개자추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산에 불을 놓았으나, 개자추는 끝끝내 나오지 않고 타 죽었습니다. 이에 개자추를 기리기 위한 마음으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만 먹어 한식이 되었다는 설입니다.
이 두 가지 가설 중 개화의례와 관련이 있는 전자의 설을 더 유력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식[寒食]의 세시풍속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한식을 명절로 여겨왔는지에 대한 역사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고려 문종 24년에 한식과 연등날짜가 겹쳐 연등을 다른 날짜로 미룬 기록이 있는데, 이 기록으로 볼 때 고려 전기에도 한식을 아주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취급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식날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고려 전기에만 해도 동지 후 98일로 3월 30일 무렵이었으나, 고려 후기에 와서 동지 후 105일인 현재의 한식날로 정해진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한식은 아주 중요한 명절로 지내졌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역사적 자료가 있는데, 한식을 주제로 한 시도 많이 전해지고, 세종 13년에는 한식 사흘 동안 불의 사용을 금한다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임금은 내병조에서 바친 버드나무를 마찰하여 불을 내서 궁중에 있는 관료들이나 대신집에 나눠줬던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한식날에는 조상을 숭배하는 날로 여겨졌는데,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지냈고 종묘에서 제외됐거나 후손이 없는 왕과 왕비, 빈에 대한 성묘도 행했습니다. 민간에서도 한신날에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절사라 해서 산소에 올라가 성묘를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식과 추석에 하는 성묘가 가장 성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풍습이 이때부터 자리 잡아온 거라 생각됩니다.
위와 같이 예전에는 한식날을 아주 중요한 명절로 취급, 금화와 성묘, 그리고 투란(계란 위에 그림을 더 잘 그려 넣는 게임) 놀이 등 많은 행사와 의례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특별한 행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상님에 대한 성묘는 아직까지 이어져 내려와 한식날에는 성묘객들로 도로가 항상 정체되고 있습니다. 또 손 없는 날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잔디를 새로 입힌다거나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고 이장을 해도 아무 탈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한식은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소를 부려보기도 하고 볍씨를 담그기도 하고, 그러나 씨를 뿌리면 말라죽거나 새가 파먹는다 하여 씨를 뿌리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과일나무에 벌어진 틈새로 돌을 끼워 넣어 과일나무 시집보내기를 하는데 이는 열매를 잘 맺게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한식날 날씨가 좋으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어촌에서는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그러나 폭풍이 불고 큰비가 내리면 그 반대라고 하니, 예전 사람들에겐 한식날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 생각됩니다.
한식[寒食] 날의 음식
쑥으로 만든 음식
봄이 되면 자라나는 쑥을 주재료로 쑥떡, 쑥단자 등을 만들어 먹습니다. 쑥으로 만든 음식은 한식날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손꼽히고 있어요
화전
궁중과 민간에서 모두가 즐겼던 화전은 떡 위에 올려진 꽃잎들이 아름다운 모양을 수놓고 있어 봄기운을 물씬 느끼게 해 줍니다. 보통 봄에 피는 진달래꽃을 많이 사용합니다.
창면, 화면
화채의 한 종류인 창면과 화면은 오미자 즙에 녹말가루 반죽을 익힌 후 채 썰어 넣고 꿀을 타고 잣을 띄워 만든 음료입니다. 예로부터 봄철 별미 음식으로 장면과 화면을 즐겼다고 합니다.
두견주
진달래 꽃잎으로 빚은 두견주는 마시면 꽃향기를 맡을 수 있어 봄을 만끽하기 좋은 술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 민속주로 조상들은 두견주를 마시며 봄을 맞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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