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고용노동 시스템 현대화를 목표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되었다.
근로시간 제도 개선
새 노동 정책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 근로 단위를 4주 48시간으로 늘려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주 골자이다.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해 기계적인 근로시간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월간 단위 총량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 노동계는 현재 주 12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52시간(12시간 X 4.345주)인데 월에 배정된 연장근로시간을 한주에 몰아서 하면 주 최대 노동시간이 92시간(기본 40시간 + 5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에 대해 이정식 노동부장관은 "건강권 보호에 관한 조처는 너무 당연하다.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하면서도 이는 공식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검토사항일 뿐이어서 실제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다음으론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추진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이외 유급휴가에 해당하는 시간을 적립해 근로자가 필요한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 시간이나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기간 등의 세부 쟁점 사항은 면밀히 검토해 제도를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 이 제도는 노동자가 노동시간 및 휴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제도로, 업무량이 많아 주어진 휴가나 연차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일가정 양립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체 5000곳 평균 연차 소진율이 63.3%로 2019년 75.3%에 비해 12%나 낮아졌다.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이 54.8%로 가장 많았다.
현행 시행 중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한 제도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적정 정산기간을 확대하는 등 개선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정산기간을 3개월로 인정, 타 분야의 1개월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임금체계 개편
고용노동부는 노사 자율 영역인 임금체계 개편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첫 과정으로 '연공성' 임금체계의 전면 개혁을 예고했다. 연공성 임금이란? 오랜 기간 계속적으로 근무한 공로를 인정한 임금체계이다. 우리나라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2018년 기준)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의 2.27배 보다 높은 편이다.
연공성 임금체계는 고성장 시기 장기 근속 유도에는 적합하나,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근로자 개개인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약해지면서 현재 일한 만큼의 보상을 현시점에서 정당하게 받기를 원하고 있다.
더불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되면서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 고령자 계속 고용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재고용 등 제도개선 과제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 이에 노동계는 '직무중심임금체계'는 임금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발표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임금 연공성이 가장 심한 곳은 민간 제조업이 아닌 공무원 집단"이라며 공무원부터 직무, 능력 임금체계를 실시하고 민간으로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절차상 바람직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 지원안은 호봉제 운영비율이 높은 대기업보다 중소 제조, 서비스업에 활용돼 기업 간 임금 수준 격차를 심화시켜 영세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연공성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겠다는 말이다. 높은 연공성이 문제라면 30년 이상 근속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초임을 높이는 방법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며 반발했다.
댓글